순수의 역설 (The Paradox of Purity) 2022.09.06 – 10.16 H.ORM 갤러리의 개관전 <순수의 역설>에서는 ‘조재영 작가’와 ‘GG-Chu(지지추) 아트 콜렉티브 그룹’을 초대하여 첫 전시를 개최한다. 우리는 모두 이상을 보고 있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허상은 간과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순수에 대한 믿음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과 동시에 존재하며 실존함을 부각시킨다. 이번 전시에서는 진리와 모순의 충돌하는 지점을 드러내며 새로운 순수의 형태를 보여주고자 하는 작업들을 선보인다. 조재영 작가는 조각을 전공으로 하였지만 전통 조각에서 보여지는 내구성 강하고 영구적인 조각품보다는 가변 가능한 소프트 스컲쳐(soft sculpture)를 기반으로 작업한다. 종이를 주재료로 사물의 껍데기와 그것들의 조합을 표현한 <Monster>라는 작업은 매 전시의 특성에 맞춰 변화하는 작가의 대표작이다. 끊임없이 형태(유닛)를 추가하고 제거하는 이 작업은 한가지 상태로 멈춘 것이 아닌 진화하며 생명을 이어 나가는 생명체의 모습으로도 보인다. 또한 한 땀 한 땀 레터링을 새긴 작업은 기표와 언어, 실존 사이에서 작업해 나가는 작가의 성질을 잘 보여준다.조재영 작가의 작업은 멀리서 보면 구조적으로 기하학적인 특성을 갖고 있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수행적인 면모와 함께 작가의 ‘숨(Breath)’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구조의 해체와 재결합만이 아닌 차이와 반복을 통해 내재된 인식과 이분법, 위계질서 등을 해체, 변화시키고자 하는 조재영 작가만의 힘을 보여준다. 이상과 허상, 그리고 현실. ‘GG-Chu (지지추)’ 작가들은 이 사이에서 부유하는 존재로 이번 공동작업인 <지지추의 샘_ Best wishes>을 통해 젊은 예술가들의 고민과 위치를 드러내고자 했다. 이 작업은 지난 7월 아트잠실 전시에서 선보인 <지지추의 샘(세이브 더 지지추 vol.2)>에 소원탑을 추가하여 변형한 작업으로 견고한 형태가 아닌, 지지추가 맞닥뜨리는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서로 엉겨 붙어 흘러내리는 형태를 띄고 있다. 이는 마치 아름다운 색채를 띄며 흘러내리는 꿈과 같은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설치물에는 실제 동전, 가짜 동전, 그리고 작가들이 제작한 동전을 함께 혼용했는데, 이를 통해 현실과 가상, 환상을 넘나드는 혼란한 상태를 보여주며 동시대 현대인의 위치를 직관적으로 대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