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끄덩한 것은 ( )해 2023.10.17 – 12.31Sculpture & Installation Group B 이번 H.ORM Gallery에서는 ‘조각그룹 비’를 초대하여 전시를 개최한다.1993년도의 학술모임에서 시작된 조각그룹 비는 다양한 성격의 공간을 전시장으로 전환하고, 익숙한 틀을 벗어난 새로운 형태의 전시를 시도하거나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의 교류를 통한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등 다양한 전시를 기획하는 프로젝트 그룹이다. 이들은 개개인으로는 보여줄 수 없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프로젝트성 전시를 통해 펼쳐 보여준다.조각그룹 비의 작품 형태는 드로잉에서부터 설치, 조각, 페인팅, 실험형 형태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개인이 전하고자 하는 예술적 철학도 분명하지만, 함께할 때 그룹의 에너지가 더욱 탄탄해진다. 특히 아카이빙 형식으로 진행되는 작품이나 2020년 수하담 아트스페이스에서 진행된 <산전수전 공중전> 작품과 같은 거대한 설치물을 제작, 전시 할 때 그 힘이 크게 발휘된다. 이들은 따로 또 같이 예술적 고민들을 담아내며 그들만의 역사를 만들어나가고 있다.전시 공간을 이해하는 것은 조각그룹 비의 전시기획에 중요한 출발이 된다. 이번 전시에서도 특수한 공간인 한옥갤러리 공간을 활용하여 작가 각자의 해석과 감각이 담긴 작업들을 보여준다. 감각을 수용하는 범위와 지점은 개개인이 모두 다르다. 그리고 그것을 해석하는 방식과 활용하는 때와 장소 또한 다를 것이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수용한 감각들은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에 자리하게 되고, 그것이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에게 영향을 준다. 그저 스쳐지나가는 것이든, 머무르며 함께 호흡 하든, 그것을 통해 또 다른 이야기를 생성하든 모든 것은 의미가 있다. 또한 감각이라는 것은 하나로 규정하기 힘들다. 하나의 경험이나 체험은 다양한 감각으로 변용되고 사람들 각자가 가진 경험이나 감각과 섞이며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탄생하기도 한다. 그래서 어쩌면 완벽히 공통된 감각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 8인은 자신들의 감각을 작품으로 풀어내어 보여주고 공유한다. 이는 소통의 부재가 만연한 현대에서 감각의 소통을 통한 새로운 메세지 전달과 해소를 위함이 아닐까도 싶다. 자유롭고 고정되어 있지 않는 조각그룹 비의 유연한 행보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신선하고 가치 있는 제안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 8인 각자가 가진 감각을 들여다보고 자신의 삶 속 감각들과 조우하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전시 공간을 이해하는 것은 조각그룹 비의 전시기획에 있어 중요한 출발이 되는 편이다.갤러리 카페 H.ORM Hours of realizing myself ; ‘나만의 감각을 찾아가는 시간’이라는 뜻을 살피다가 그 정의마저도 참 다를 수밖에 없는 ‘감각’이라는 것에 주목해보기로 했다.세계와의 접촉이 시작되는 자극, 사물에 대한 인상이나 이해, 넓게는 취향으로도 해석되는, 8명의 감각과 관련한 이야기들은 쉬이 규정되거나 공유되기 힘들기에 흥미로운 ( )같다. 강선구 _ a portrait of swaying things _ graphite on dyed paper _ 각50×50cm _ 2023흔들리고 변화하는 대상의 형상을 쫓아 외곽을 찾는 일은 늘 완결되지 않는다. 그저 맞닿은 손끝에서 느리고 길게 감각할 뿐. 흐릿한 눈과 선명한 손이 교차되니 그것이 여전히 모호해 보여도 수용할 만해진다.저기 빛 속에서 유동하는 나무의 찬란함도 잠시 소유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박은선 _ Spread _ 크리스탈레진, 안료 _ 2023평온한 감정이 밀려온다. 눈을 감고 파란 하늘과 잔잔한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를 상상하며 흐르는 시간을 느껴보자 안경하 _ feather like 30-1 _ 48.5×148.5×17cm _ 깃털, 나무 _ 2023<feather like 30-1>는 가볍게 떠도는 깃털들(가벼워서 주변의 작은 움직임에도 날리는 깃털들)을 가지고 공간을 채우는 말에 대해 이야기해보려는 작업이다 오수연 _ 무엇 _ 90×70×50cm _ fabric _ 2023내 눈에 들어온 ‘어떤 것’ 이 이미지를 내 기억 속 이미지들과 대조해본다. ‘무엇’같다.‘어떤 것’은 ‘무엇’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무엇’으로 인식한다. 이지향 _ 납치된 귀 hijacked ear _ 가변설치 _ 실리콘, 혼합재료 _ 202320190306 AM 6:20 두개골 골절. 방심의 그 순간, 내 오른쪽 귀가 공중납치 되었다.곧 풀려나긴 했지만 생각해 보면 골절의 후유증으로 남게 된 오른쪽 귀의 폐쇄감과 난청, 이명은 그 때 그 사건 때문일지도 모른다. 납치된 순간 복제되어 깊은 물 속에 던져졌던지 진흙 속에 처박혔던지, 무슨 일이 있었던 게 분명하다. 계속 이끼가 낀 것 같이 축축하고 갑갑하다.매미 날개의 소스라치는 진동 안에 갇혀 살 수 밖에 없는 내 귀는 시끄럽고, 먹먹하고, 그리고 외롭다. 이희경 _ Dear portrait _ 53×65×20cm _ 캔버스, 혼합재료 _ 2023감각적이라는 말은 누구나 쓸 수 있는 표현이지만 누구에게나 동일한 의미는 아니다. 우리는 모두 자신만이 갖는 독특한 감각의 시그니처를 갖고 있다. 각각의 개인은 결코 상징화 될 수 없는 취향과 분위기를 내포하는 자화상과도 같다. 조수연 _ 네모네모네모 l, II, III _ 각 25.9×35.8×8cm, 25.9×35.8×4cm, 25.9×35.8×5cm _ 혼합재료 _ 2023너무 많은 감각들이 두리뭉실하게 뒤엉키고 뭉쳐서 헷갈리게도 하고, 때로는 날카롭고 예민하게 나를 긁어서 상처 나게도 한다. 그런 것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환경에 내 감정을 또 소비하고 있다.그래서 면과 선에 집중하며 놀아보고 싶은 요즘이다. 차경화 _ 나무 - 숲 속의 잔상 _ 각 40×60×2cm _ 나무 _ 2021삶의 작은 존재들을 되새기려 숨을 고른다.한결같은 침묵을 지키며 당연스레 서 있던 나무는 푸르른 내음으로, 마음에 스미는 따스함으로, 오롯한 빛을 머금은 찬란함으로 나의 숨을 재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