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ad of Coexistence 공존의 실 일시 : 2023.11.9(목)~11.26(일) 오후 1시~7시, 월, 화 휴무오프닝 리셉션 : 11월 9일 목요일 오후 5시~7시장소 : COSO (서울 중구 창경궁로5길 32 3층)인근 공영, 민영 주차장 (갤러리 앞 주차는 어렵습니다) 어떤 존재도 자연스럽게 위계를 지니고 태어나지 않는다. 수많은 인위적 해석은 존재의 우열을 가리고 차별을 정당화한다. 그렇게 탄생한 지배의 규율은 손쉽게 특정 존재를 통제하는 수단이 된다. 우리는 폭력과 차별, 혐오가 빚어내는 비극적 결과를 셀 수도 없이 목격했다. 낯선 존재에 대한 무지의 공포는 차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하고 차별로 이어지기 쉽다.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밀려나거나 잊혔던 존재의 목소리는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들리기 시작했고, 이제 우리는 듣기 위해 경청하는 자세를 배우기도 한다. 공존은 ‘서로 도와서 함께 존재하는 것’이다. 존재하는 것은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니라 실뜨기 놀이와 같다. 상대가 만든 실뜨기 모양에 따라 다음 형태가 달라지는 방식은 놀이에 참여한 존재들의 관계를 주목하는 것이다. 나는 공존의 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시작으로 대립의 경계를 질문한다. 대립 상황에서 하나의 입장에 집중하기보다 그 사이를 가르는 경계를 질문한다. 견고해 보이던 경계가 변화의 요인으로 흐릿해질 때, 대립항은 유동적으로 얽히고설키게 된다. 이때 나타나는 다양성, 상대성, 복수성과 다중성의 가치를 모색한다. 주로 입체, 드로잉의 형태로 나타내며 일상이나 미술사에서 보이는 색, 기호, 조각의 상징을 중첩하고 교차해 통용되는 의미를 비튼다. 문화적, 시대적 배경에 따라 변화했던 색의 상징성과 재현적 이미지를 뒤섞고 안과 밖을 이동할 수 있는 재료로 의미적, 물리적 경계를 흐리게 만든다. 또한 외부적 조건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하는 유동적인 조각을 만들어 조각의 ‘단단함’이란 특성을 해체한다. 입체와 드로잉에서 보이는 유동적인 형태는 탈중심화된 상태의 표현이다. 획일적이고 절대적인 기준으로 인해 소외되었던 타자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또 여러 가지 색을 활용해 코드화된 색을 탐구하고 색의 스펙트럼 안에서 다양성의 가치를 모색한다.입체 작품을 뜨개질로 만들거나 천, 지퍼를 활용하는 이유는 가변성을 표현하기 위함이다.뜨개질은 작은 매듭을 촘촘히 꿰어 하나의 면, 나아가 입체 형태를 구축할 수 있는 기법이다. 뜨개질 매듭을 묶어 끝을 맺으면 형태가 완결되지만 그 전에 힘을 주어 실을 당기면 매듭이 모두 풀려 뜨개질 전 실의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다. 이는 뜨개질 기법이 지닌 구축성과 가변성을 보여주며 리좀적 모델을 떠오르게 한다. 리좀은 중심 뿌리 없이 번식하는 줄기 식물을 의미하며 탈중심화된 체계 속에서 끊임없이 생성, 소멸하는 모든 생명체의 존재 방식으로 비유된다. 조각이 실이나 직물로 구성될 때, 중력과 바람 같은 외부 요인을 포함해 유동적인 조각이 되며 지퍼의 여닫는 기능은 작품의 형태를 변화하게 만든다. 이번 전시에선 대립의 경계를 질문하기 시작한 과거 작품부터 최근 신작까지 공개함으로써 앞으로의 작업 방향을 보여주는 장(場)으로 선보이려 한다. 김진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