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om190707 / Korean Paper / 100×100×11cm (2019) 영혼의 나무가 꽃을 피우다 김희경은 형상이 태어나는 작품 발상 과정에서 이미 대자연의 숨결과 합일하고, 그 파장의 춤결에 몸을 싣고서 함께 어우려져 작품을 자아낸다. 1956년 서울에서 태어난 김희경은 작품생활 초창기부터 흔들림 없이 꾸준히 조각에만 혼신을 다하는 조각가이다. 서울 명문대 이화여대를 졸업하였으며, 현재는 수원대 미술대학에서 수년 동안 조소과 교수직에 임하고 있다. 그녀의 작품들은 뛰어난 소장품을 이루고 있다. 김희경은 세계 각 주요 예술전시회(Art fair)에 꾸준히 작품을 전시해 오고 있으며 앞으로도 다양하고 방대한 목표들을 계획하고 있다. 우리가 망각해서는 안될, 특히 유럽 관점에서 볼 때 잊지 말아야 할 한 가지 사실이 있다. 남북한 사이의 잔혹한 동족상잔의 전쟁이 휴전 상태로 동결된 것은 1953년, 겨우 60년 전이다. 북한은 분단된 한반도에서 아직도 남한에게 적대적인 위협을 지속적으로 가하고 있으며, 이것이 이제는 한국 일상생활의 일부분이 되어 버렸다. 약 10년 전, 필자가 루프트한자 항공기 보잉 747를 타고 당시 국제공항이었던 김포에 착륙하여 한국에 처음 도착하였을 때, 공중전화 박스 안에 걸려 있던 „간첩“을 조심하라는 표지판들을 보고 매우 놀랐었다. 필자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89년 당시 베를린에서 살고 있었으므로, 분단된 국가에서는 정치적인 대립이 심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개방과 통일에 대한 염원 또한 매우 강하다는 사실을 익히 잘 알고 있다. 역경, 새출발, 무에서의 창출. 성장, 강건함… 하지만 고착과 정체 또한 존재한다. 고착과 정체를 파괴시켜 없애 버려야, 새로이 깨어나는 에너지가 삶의 길을 찾을 수 있다. 김 교수의 삶에도 역경이 있었다. 그녀의 인생에도 산사태가 밀려오 듯, 한 순간에 상황이 달라져 버린 적이 있었다. 이런 개인적인 변화는 한국 조각가이자 화가인 그녀의 예술에도 투영되어 나타난다. 김 교수의 작품은 크게 두 개의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다. 그 하나가 „Soul-Tree (영혼의 나무)“ 작품들이고, 또 다른 새로운 카테고리가 근간 작품들인 „Bloom (피어오르다)“ 이다. 초기 작품들인 „Soul-Tree“에서 이미 김 교수는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199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이를 작품에 이행하고 새롭게 창출해 내면서 거듭 재발견해 왔다. 초기 작품들은 나무가 하늘로 뻗어 올라가려는 생명력의 분출을 보는 듯한 식물적인 형상을 띤 브론즈 및 석재 작품들이다. 이 식물적인 형상은 그 후 몇 년 동안 점점 의인화된다. 오비드의 서사시 „아폴로와 다프네“에서와 같이 나무의 형상에 인간의 사지가 부여되어 의인화된 것이다. 그 즈음 서양 예술과 접하면서 김교수의 조형언어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영국 조각가 윌리엄 턴벌과 같은 예술가들에게 이미 큰 영감을 불어 넣어 주었던 키클라데스의 고대 언어는 김교수의 시각과 작품 연출에도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 물론, 혁명적인 유럽 초현실주의 작품들과 아르누보 양식 예술가들의 릴리프 작품 또한 김교수의 작품세계에 새로운 변화를 주기도 하였다. 이렇게 지난 몇 년 동안 „영혼의 나무(Soul Tree)“가 꽃을 피우게 되었다. 2009년부터 김희경의 작업실에서 제작되어 오고 있는 종이 소재의 작품들을 „Bloom“ 이라고 부른다. 이 꽃들은 부조 작품으로 간주된다. 김교수는 최근 (일단) 삼차원적 조형공간을 떠나 조각 표현 기법 상 „얕은 부조 (바스릴리프)“로 불릴 수 있는 작품들을 종이를 소재로 하여 제작하고 있다. 그녀가 사용하는 종이는 „한지“로서, 직역하자면 „한국 종이“라는 뜻이고 한국 닥나무 껍질을 손으로 떠서 만든 종이의 통칭이다. 한지는 얇고 비치는 속성을 지니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특별한 한지 종류가 바로 장지이다. 이 종이는 여러 겹이라서 두껍고 촘촘한 특성을 지니며 제조방식이 복잡하고 손으로 뜨기 때문에 섬유질이 드러나지 않으며, 종이죽 상태나 젖은 낱 장의 상태에서는 쉽게 누르거나 압축시키거나 접거나 당길 수가 있어 거의 모든 형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장지 특유의 재료 속성은 바로 강한 흡수력이다. 이러한 강한 흡수력을 통해 장지는 젖은 색채를 종이 아래 켜까지 빠르고 깊게 빨아 들인다. 김교수는 이미 형이 잡힌 종이 작품 위에다 압축공기 분사기를 사용하여 색채를 뿌리는 채색기법을 사용하여 그녀의 작품만이 지니는 특유의 색상흐름을 창출해 낸다. Bloom, Korean paper, 166x166x10.5cm (2019) „Bloom“ 이라는 시리즈 명칭 또한 예술 프로그램 자체이다. 감상자가 그녀의 최근 작품에 다가서면서 접하는 것은 바로 어김없는 꽃이다. 섬세한 파장이 작품의 내부 윤곽을 지배한다. 선과 선이 나란히 즐비하며 주변의 선들과 조화를 이루면서, 부드럽고도 절도 있게 어우려져 서로 맞부비고 있다. 조각의 표면 내부에서 한 곳으로 쏠리며 흐르는 응집적인 동선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때로는 화산이 쏟아 오르 듯, 때로는 달팽이집처럼 꼬아 놓은 듯, 때로는 나뭇잎이 펼쳐지는 듯하다. 간혹은 삼차원 속으로 접어 넣은 것 같기도 하다. 여러 겹으로 차곡차곡 접합한 작품도 드물게 있고, 극소수의 몇몇 작품에서는. 조지아 오키프가 그녀의 회화와 소수의 조각품에서 그토록 매혹적이고 애정 깊게 묘사한 에로틱한 식물 모티브에다 한겹 한겹 겹쳐 놓았던 개체들를 연상케 한다. 드물다 하더라도 이 미국 여성 예술가와 연관 짓는 것은 그다지 의외의 일이 아니다. 오키프는 꽃을 확대하여 캔버스에 꽉 차게 묘사하기 시작한 미국 최초 여성 예술가 중의 한 작가이다. 그녀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Magic of Live“, „Flower of Live“ „Flower of Fire“를 들 수 있다. 1920년대에 그녀의 그림은 혁명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제 2의 고향인 뉴멕시코 산타페 근방에서 발견한 사물들을 묘사한 풍경화에는 샤머니즘의 성격이 강하다. 기독교적인 유럽인들에게는 혼돈스러울 수는 있으나 샤머니즘은 오늘날에도 세계의 많은 문화에서 아직 생생하고 활발하게 행해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아직 현재까지 샤머니즘이 널리 전파되어 있다. 이 신앙형태의 특징은 사람과 자연의 힘이 샤먼을 중재로 하여 밀접하게 결합하는 것이다. 한국에서의 샤먼은 주로 여성이며, 그들을 무당이라고 부른다. 무당 혹은 무녀는 우리의 일상세계에 살면서 동시에 신령의 세계와 자연의 세계에서도 존재한다. 여러 세계 간의 영매자인 것이다. 자연세계와 신령의 세계 그리고 일상세계의 엄청난 에너지가 바퀴의 중심부에 머물 듯이 그녀 안에서 머물고 있다. 그녀는 수백년 동안 구두로 전해 내려 오는 신비한 지식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 지식을 계승하여 세상의 안녕을 위해 사용한다. 무당의 최상 임무는 힘의 조화를 유지시키는 것이다. 이 엄청난 과제 (서구사상에서 찾자면, 그리스 신화에서 하늘을 짊어지고 있어야 했던 아틀라스와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를 수행하는데 있어 무당은 종이, 끈, 면사포, 나무, 천과 같은 아주 다양한 자연의 소재들을 사용한다. 천과 종이를 나무둥지나 가지에 동여매기도 하고, 제물로 나무와 종이를 태우기도 하고, 돼지머리를 제물로 올리기도 한다. 무당이 제의를 지낼 때는 흰색의 무복을 입는다. 무당이 짜임새 있게 안무된 회전춤을 출 때는 소매를1-2미터 정도 연장한 장삼을 효과있게 활용한다. 마치 제례 악기의 장단에 맞춰 파도가 물결치 듯, 장삼이 부드럽게 휘날린다.필자가 판단컨데, 김교수는 한국의 전통과 한국의 문화세계 그리고 한국의 정신세계에 깊이 뿌리를 둔 예술 마술가와 다름 없다. 작품을 통하여 자연의 세계와 신령의 세계 그리고 일상세계의 조화를 유지시키는 것이다. 아니면 그녀의 홈페이지에 게시된 작가의 글을 어떻게 달리 해석할 수 있으랴. 작가 노트: 생명이 피어나는 기운 , 그 아름다움과 생명력이 각인되어 그 에너지의 파장 안에 나 자신의 모든 회한과 아픔을 맡긴다.그 파장은 많은 사람들과 사물로 이어지고 나아가서는 광활한 대지와 깊은 바다로 번지며 , 일출의 찬란한 파장과도 맞닿게 된다. 대자연의 숨결과 나 자신이 합일되는 순간 , 나의 몸과 영혼은 그 파장과 어우러져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아름다운 춤이 된다. 그 순간 , 너와 내가 아무런 구분이 없다. 모두가 하나다. 완전한 평화다...그 안에서의 자유로운 나의 춤은 ‘Bloom’ 이라는 흔적으로 남아 그 파장을 전파한다. Amid the vigor of blooming life and its beauty and vitality being imprinted, all of my regrets and pains are washed away by its waves of energy. The waves spread out and reach many people and things, and continue out into the vast land and deep sea, merging into the brilliant waves of the rising sun. The moment the breath of Mother Nature and I myself become one, my body and soul become part of the wavesand start to move in a beautiful dance. At that moment, there is no difference between you and me. All is one.Complete peace... My dance free inside remains as a trace that is a ‘Bloom' to spread the waves. -2011년 8월 김희경 Bloom, Korean paper, 160x160x10cm (2019) / Bloom, Korean paper, 160x160x9cm (2019) Bloom, Korean paper, 90x60x17cm (2019) 무당은 덧없고 무상한 신호를 자연에 보내어 허물어지고 썩어버리고 말 순간적인 공존을 불러 일으키지만, 김교수는 조화를 추구하는 그녀의 예술적 신조를 세대를 걸쳐 존속하면서 확고하게 전해 줄 영구적인 불후의 작품들을 청동과 종이를 소재로 하여 창조해 낸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큰 화폭에 구현된 „Bloom“ 시리즈 작품들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미술박람회 Art Karlsruhe에서 처음 이 작품들을 접하게 되었는데, 작품들이 정말 말 그대로 나에게 “와락 덮쳐오는” 느낌이었다. 물결치며 흐르는 이 작품들의 엄청난 에너지를 한참 동안 한 자리에 얼어 붙어 서서 내면화 시켜야 했다. 두 번째의 재회는 쾨니히슈타인 (Königstein – 독일 프랑크푸르트 근방에 있는 도시명(역자주))에 있는 갤러리 운 (Galerie Uhn)의 전시공간에서였다. 중간 크기의 작품들이었는데, 마치 화려한 꽃다발과 흡사하게 자연의 힘을 거주공간에 옮겨 놓은 듯 밸런스와 조화로 가득했다. 그 전시회는 그래서 마치 접속곡 같기도 하고 향기 가득한 꽃송이와 꽃잎으로 수북한 도자기 그릇 안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이례적인 오스트리아 예술가인 프리덴스라이히 훈데르트바서 (Friedensreich Hundertwasser)의 말을 인용하자면, „Beauty is a Panacea – 아름다움은 만병통치약이다“. 급변하는 우리의 요즘 시대에는 아름다움과 낭만을 다시 우리의 관념과 일상생활로 되찾아 오는 것이 중요하다. 평범의 시대, 미학이 사라진 시대, 영혼이 없는 공장제품들이 판을 치는 시대에서는 사람들 속에 감춰져 있는 다양함과 조화미를 향한 그리움을, 자연과 함께 일깨워서 예술작품을 통하여 체험할 있도록 도모해야 한다. 김희경 교수가 그녀의 작품을 통해 우리의 세계로 안겨다 주는 것 처럼… 미술학 박사 Martin H Schmidt2013년 6월 11일프랑크푸르트 Bloom No.81, 725x150x25cm, Korean Paper, 2011 생명의 환희를 노래하는 우아하고 세련된 조형언어 신항섭(미술평론가) 지구가 우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의 하나일 수 있음은 뭇 생명체가 발산하는 생명의 광휘 때문이다. 자연의 아름다움이란 다름 아닌 생명의 빛을 의미한다. 아름다움의 근원으로서의 자연, 그 자연의 생명력에 대한 논의야말로 미학의 본질이다. 미술은 자연의 생명력이 발산하는 광휘의 빛을 시각적인 이미지로 표현한다. 신묘한 형태, 아름다운 색깔, 생동감, 그리고 감동을 조합하여 자연미와는 또 다른 차원의 조형적인 질서를 만들어내는 것이다.김희경은 자연이 발산하는 생명의 빛을 추상적인 언어로 표현한다. 그의 작업에서 작품 하나하나는 독립적이면서도 완전한 형태를 지향한다. 그 형태는 지극히 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추상적인 형태를 보여준다. 구체적으로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결코 낯설지 않다. 우리들의 시각적인 체험 그 어느 부분에 일치되는 점이 적지 않은 까닭이다. 그의 작업에서는 창작과 관련한 고통스러움이나 억지스러움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낼 수 없다. 비록 작품의 피부는 거칠지언정 그 전체상으로는 섬세하고 여리다는 인상이다. 부드럽고 느리며 우아한 감정의 전개를 느낄 수 있음은 우연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단순하고 간명한 조형적인 구조로 인해 시각적인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그처럼 함축적인 형태미를 찾아낸다는 것은 결코 용이한 일이 아니다. 예술가적인 명민한 미적 감수성이 아니면 그와 같은 아름다운 조형미를 요약해낼 수 없다. 그것은 진지한 관찰과 탐구 그리고 오랜 사색에 의해 조합된 조형언어인 것이다. 그의 최근 작업은 지극히 간결한 기하학적인 구조를 가진다. 처음에는 자연의 형태를 그대로 번안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로부터 점차 간명한 구조로 변하게 된다. 가장 완전한 형태인 원형의 이미지 작업은 그가 추구하는 조형언어의 기본이다. 원형에 근접하는 완만하고 부드러우며 우아한 곡선으로 멋을 내는 간결한 구조 일색이다. 독립된 작품마다 크게 문제점이 없는 아름다운 형태로 이루어진다. 물론 작품에 따라 두 개 또는 세 개의 독립된 형태를 조합하기도 한다. 그러나 두세 개의 형태를 조합한 경우에도 그 전체는 단단히 결속된 하나로 보인다. 이는 이미 완벽한 조형적인 질서를 찾아냈음을 의미한다. Bloom, Korean paper, 47x26x50cm (2019) Bloom, Korean paper, 70x80x45cm (2019) 그의 작업은 이미지의 변주, 즉 형태의 변주라는 조형어법을 통해 다양한 이미지를 만들어내게 된다. 그의 작품 가운데 꽃잎이나, 씨앗, 풀잎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는 그대로 자연의 물상에서 취재한 것임을 말해준다. 그의 작품에 반영되고 있는 조형적인 상상은 우연적인 것이 아니다. 신비스러운 영감의 산물도 아니다. 자연미를 찬미하고 탐하는 그의 예민한 조형감각이 산출해낸 순수한 조형언어일 따름이다. 그러기에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형태는 생략되었음에도 그로부터 자연의 원형을 읽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조형의 근본이 자연에 있으나 거기에 순응하지 않고 주관적으로 재해석한다. 그리하여 독립적인 조형공간을 창출하고자 한다. 이러한 욕구가 자연스럽게 추상적인 이미지로 이행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작업하는 과정에서 재료에 익숙해지고 조형적인 개념이 명확해지면서 점차 기하학적인 추상세계로 진입하게 된 것이다. 어떻게 하면 간결하면서도 명료한 조형언어로 자연의 미를 요약해 낼 수 있을까. 이와 같은 의지와 모색은 그의 작업을 보다 활성화시키는 직접적인 요인이다. Bloom, Korean paper, 36x36x100cm (2019) 그가 만들어내는 형태는 확실히 일반적인 조형적인 사고의 영역을 넘어서는 것이다. 하지만 그처럼 아름다운 형태는 궁극적으로 자연을 향한 헌사일 따름이다. 경이로운 눈으로 자연을 탐색하는 데 대한 응당한 보상인 셈이다. 다시 말해 자연을 형성하고 있는 형태의 뼈대를 찾아내서 거기에 그 자신의 주관적인 조형의 법칙을 부여한다. 형태를 역추적하면 필경 자연의 이미지로 환원하리라는 생각은 억지가 아니다. 그만큼 그의 작품 하나하나는 자연미에 필적한다. 그렇다. 한지를 사용하는 최근 작업은 자연에 깃들인 생명의 파동을 구체화시켜 그 생명력이 뿜어내는 아름다움의 진가를 일깨워준다. 자연에서 채취된 천연의 재료로서의 친숙함과 부드러움은 생명의 기운을 표현하는데 효과적이다. 그 천연의 재료가 만들어내는 질료적인 느낌, 즉 텍스추어는 부드러움과 자연스러움이다. 부드러움은 유기질이라는 재료에서 비롯된다. 자연스러움은 텍스추어가 자연에 산재한 실재물의 어느 부분과 유사하다는데 있다.한지라는 부드러운 유기물질을 피부로 하는 그의 작업은 자연성을 중시한다. 숨을 쉬는 종이로서의 한지, 즉 습기를 빨아들이는가 하면 내뿜으면서 자연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재료를 사용함으로써 자연성에 귀속한다. 하지만 종이로서의 가치가 아니라, 질료로서의 가치, 즉 조형미를 관철하는 재료로서의 의미에 무게를 둔다. 그가 한지라는 재료를 중시하는 것은 부드러운 피부와 함께 회화적인 속성을 지닌 재료로서의 가치 때문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한지는 채색을 수용하는 회화적인 영감 및 조형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실제로 그의 작업에서 채색은 아주 중요한 조형적인 요소이다. 그가 조각가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채색에 의한 표현은 의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작업은 분명히 평면작업은 아니다. 입체적인 공간을 수용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로는 회화적이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한지라는 재료 및 채색기법을 원용함으로써 회화적인 속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의 작업은 지적 조작의 산물이 아니라, 자연이 발산하는 생명의 파동 또는 생명의 광휘를 표현한다. 눈에 보이지는 않으나 엄연히 존재하는 자연에 내재하는 생명의 파동, 즉 울림을 예술가적인 미적 감수성으로 감지 감득하여 시각화하는 것이다. 빛과 소리를 연상케 하는 하나의 집중된 점으로부터 확산하는 이미지는 눈이 부실 지경이다. 확산되는 이미지는 파장, 파동 또는 흐름을 통해 생명의 빛을 질료로 바꾸어내는 까닭이다. 삶의 에너지로서의 빛과 파장은 모든 생명체를 활성화시키는 동력이다. 그 빛과 파장이 우리 몸에 들어오면 창의력과 같은 놀라운 능력으로 바뀐다. 그의 작업은 그처럼 고조되는 정신 및 고양되는 감각의 세계를 보여준다. 따라서 감상자 또한 작품 속에 내재하는 그의 미적인 체험을 공유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런 형태의 감정이입이 어렵지 않은 것은 바로 그의 작품에는 시각적인 즐거움 또는 미적 감흥이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빛이나 울림 또는 떨림과 같은 확산하는 이미지는 정지된 상이 아니라, 움직이는 상이다. 진동에 의해 바르르 떠는 나뭇잎이나 연속적인 물결을 만들어내는 동심원과 같은 형태의 움직이는 상이다. 평면구조와는 확실히 다른 것이다. 비록 꽃잎과 같은 이미지는 평면적인 구조에 가깝다고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세부는 입체적이다. 떨림 또는 울림에 의해 만들어지는 파장은 공간의 문제이기에 그렇다. 다시 말해 그의 작업은 평면에서 살짝 벗어난 공간에 위치한다. 입체적인 시각으로 보면 평면에 가까운 듯싶고, 평면의 입장에서 보면 입체적이다. 이러한 구조는 그의 작업이 조각에 기반을 두고 있음을 말해준다. 실제로 둥근 원형의 이미지를 가지는 작품의 경우에도 파장의 이미지만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볼륨을 부여함으로써 입체공간을 점유한다. 그러면서도 전체적인 이미지는 평면회화의 정서에 근접한다. 그러고 보면 평면과 입체를 아우르는 그 중간항 즉, 절충의 공간을 상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거기에는 평면에서 살짝 벗어나는 지점으로서의 릴리프가 존재하지만 릴리프는 온전한 입체공간이 아니라 평면에 근접하는 얕은 공간이다. 그 얕은 공간에 떠오르는 볼륨과 곡선은 지극히 우아하고 고상하며 세련되어 있다. 이처럼 평면에 미련을 두고 있는 것은 채색과 무관하지 않다. 다시 말해 평면작업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색채를 도입함으로써 시각적인 인상으로는 평면회화에 가깝다. 물론 색채는 풍부한 시각적인 이미지 및 이해도 그리고 설득력을 높이는데 긴요하다. 이렇듯이 그의 작업에서 색채이미지는 아주 중요한 표현요소이다. 색채 자체가 지닌 시각적인 흡인력이야말로 조형의 또 다른 매력이다. 작품에 부여되는 색채이미지는 강한 재료에 의해 억압된 조각의 형식으로부터 일탈하고픈 그 자신의 잠재적인 욕구를 반영한다. 그의 작품 가운데 일부는 진정 아름답고 세련된 조형미를 보여준다. 인위적인, 즉 조형적인 아름다움은 세련미를 말한다. 세련미는 기술적인 완성도와 결부된다. 초기 작업들은 새로운 재료와 만났다는 흥분과 창작의 욕구가 넘쳐 거칠게 느껴지는데, 이는 당연한 일이다. 작업시간이 축적되면서 재료를 숙지하고, 표현기법이 안정되었는가 하면, 기술적인 완성도가 높아짐으로써 자연스럽게 세련미가 깃들이게 된 것이다. 그의 작업은 자연미에 원형을 둔, 조형의 전당에 비치된 목록에 추가시킬 만한 가치를 구현하고 있다. 이는 그의 작품세계가 인간의 조형감각이 경영할 수 있는 미적인 가치, 그 상한선에 도달하고 있음을 뜻한다. Bloom2017, 260X200X40 르 메르디앙 서울호텔 로비 인사아트 전시전경 나의 조형세계의 근원은 자연이다. 자연에서 자극을 받고 영감을 얻으며 표현충동을 느낀다. 자연은 표현의 욕구를 일깨우는 조형적인 요소로 가득하다. 세상의 모든 만물은 모두 자연에서 나와 자연으로 돌아간다. 인간은 그 자연을 통해 학습하며,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한다. 나는 이와 같은 섭리에 순응한다.이토록 완벽한 자연을 존재케 한 절대자에 대한 믿음과 순종을 기쁘게 받아들인다.나는 신비스러운 생명체가 지닌 아름다움을 찬미한다. 봄날 새싹이 돋아나는 모양을 보면 그 눈부신 아름다움에 현기증을 느낀다. 딱딱한 껍질을 깨고 여린 잎이 나와 줄기가 되고 가지를 뻗으며 현란한 꽃을 피우고 다시 열매를 맺는 과정이야말로 생명체가 스스로의 위대함을 뽐내는 놀라운 드라마이다.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나는 자연의 위대한 창조력에 매료된다... 1988년부터 시작된 ‘Soul-Tree’ 연작은 생명의 아름다움과 영적인 세계를 표현하는데 집중했다. 모든 생명체에는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범신론적인 관점에서 출발한다. 서로 다른 개체의 영혼이 만나 교감하고 감화되며 조화를 이룸으로써 완전한 세상의 아름다움, 즉 완전한 평화의 경지로 들어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갖는다.이 시기의 작업은 주로 돌과 금속 등의 재료를 통해서 인간, 자연, 신이 합일되는 화합의 이미지를 표현하였다. 특히, 나무의 형상을 소재로 택한 것은 피조물 가운데 가장 순명한 존재로 보았기 때문이다. 정해진 한 곳에 자리하면서도 묵묵히 그리고 의연함을 잃지 않는 나무의 영혼과 내 영혼이 오버랩 되면서 신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무엇인가에 대해 깨닫게 된다. 어쩌면 이 시기의 작업은 나무를 닮고 싶은 내 목마름의 표현이었는지 모른다. 한마디로 혼탁한 현실에서 갈등을 겪는 나 자신의 영혼을 정화하려는 의식 같은 것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2009년부터 시작된 ‘Bloom’ 연작은 전통적인 한국의 종이, 즉 한지를 재료로 하는 종이작업이다. 수명이 천년을 간다고 알려진 한지는 그 재질이 부드럽고 강해서 조형적인 가변성이 무궁무진하다. 이러한 물성을 지닌 한지를 사용하여 자연미의 상징인 꽃의 이미지를 부조로써 표현하고 있다. 꽃은 식물의 자궁으로서 생명을 잉태하는 창조적인 에너지를 가진 신비로운 존재라는 점에 의미를 두었고, 더 나아가서는 단순히 꽃의 아름다운 형상만이 아닌 보다 넓고, 깊고, 무한한 자연의 생명력을 ‘Bloom’에 담아 표현하는 것이 내 한지 작업의 과제이다. 어느 날 작업에 몰입하고 있던 중 어디선가 “제어하라”는 음성이 들렸고, 그 순간부터 감정을 절제 하면서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작업실 근처에 있는 호숫가를 산책하면서 흔들리는 수면의 잔물결에 시선이 머물렀고 문득 내면의 눈이 밝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위태롭고 불안한 현실 너머의 영혼의 세계를 바라보게 된 것이다. ‘Contemplation` 연작은 이렇게 시작 되었다. 자연을 멀리서 바라보는 과정에서 나의 시야가 확장되고 현실 너머의 초월적인 세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인생의 중후반기에 접어들면서 나는 삶에 대한 진정성과 작업의 참다운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현실적인 모든 것을 다 수용할 수 있는 마음의 평정과 더불어 감각적인 것을 초월하는 진정한 미적 가치가 어디에 있는가를 고민하고 있다. 시선을 자극하기 보다는 마음을 움직이는 고요한 이미지를 찾아가려고 한다. The origin of my formative art world is nature.I am usually stimulated and inspired from the nature so that feel the expression impulse. It has a plenty of formative elements which enlighten a desire of the expression. All things in the world come from the nature and go back to it. Humans learn, see, feel, and behave through the nature. I adapt myself to this providence. I gladly accept faith and obedience for the Absolute who could make perfect nature to exist. I praise the beauty that a mystical creature possesses. When I see the shape of buds appearing in spring, I feel dizzy by its dazzling beauty. The process which soft leaf comes from solid shell and becomes a stem spreading out branches so that splendid flower is blooming followed by fruiting again is an amazing drama that a creature boasts its own greatness. As watching this process, I am fascinated by a great creativity of the nature. A series of ‘Soul-Tree' since year 1988 has been focused on expression of the beauty of life and the spiritual world. It starts from pantheistic perspective believing that there is a soul in all creatures. I convince that the beauty of world which is the complete stage of peace can be made by communing, influencing, and harmonizing with facing souls of different individuals.The artworks in this period expressed the image of harmony that unites human, nature, and God by using materials mainly like stone and metal. Especially, to select a shape of tree as the material was because it was considered as the most pure existence out of creatures. By overlapping silent and resolute soul of trees at a designated place with my soul, I realize the message that God gives us. Probably the artworks in this period might be an expression of my thirst that wanted to resemble the trees. In a word, it can be mentioned like the ceremony to purify my soul which had conflicts in the corrupt reality. A series of ‘Bloom' from year 2009 is the paper working using traditional Korean paper, Hanji. It is known that the life expectancy of Hanji is a thousand year and its formative variability is unlimited because of its soft and strong quality of material. The image of a flower which is the symbol of natural beauty is expressed as the relief using Hanji having this physical property. I put a meaning on what the flower is a marvellous living thing which has a creative energy to carry a new life as a plant's womb. Furthermore, the goal of my Hanji work is to express wide, deep, and unlimited natural vitality in ‘Bloom', not simply express beautiful figures of the flowers. Some time ago, during I was immersing myself in my work, I heard a voice of “Control” from somewhere. From that moment, I could look myself objectively by controlling my emotion.My eyes stayed on ripples of swinging water surface when I was strolling in lakeside nearby my workroom. Then, suddenly I felt that inner eyes were brightening. I was looking at the world of spirit over the risky and unstable reality. A series of ‘Meditation' was began like this. My view was enlarged in the process of seeing the nature from a distance and I started considering a transcendental world over the reality. I was thinking the sincerity for life and the true meaning of my works again as entering into the middle and latter half of life. With a serenity of mind which can accommodate all realistic things, I am worried to find a real aesthetic value transcending sensations. I am looking for silent images that can move the mind rather than can stimulate your eyes. 김 희 경 Kim Hee-Kyung1979 이화 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1987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조소과 졸업 개인전2018 Galerie Uhn (쾌니히슈타인, 프랑크푸르트)2017 갤러리 Q (긴자, 동경)2016 Galleria Ponzetta (피에트라산타, 이태리)2015 서울국제조각페스타 (예술의전당, 서울)2014 서울국제조각페스타 (예술의전당, 서울) 2013 Galerie Uhn (쾌니히슈타인,프랑크푸르트)2012 두원아트센터, 부산아트 칼스루헤 (메세 칼스루헤, 독일)2011 인사아트센터, 서울2010 Jay갤러리, 서울2009 서울 모던아트쇼 (예술의전당, 서울)첸트로알랜더 아트센터 (라스페치아, 이태리)2008 서울국제현대미술제 (코엑스, 서울)2006 어반아트, 서울2005 북경아트엑스포 (북경, 중국)2003 페퍼스갤러리 (동경, 일본)2000 선화랑, 서울 국제전 / 기획전2019 KIM HeeKyung& Zhuang HongYi 2인전 (오페라갤러리, 서울)종이충격전 (양평군립미술관, 양평)2018 마이애미 컨텍스트 (마이애미, 미국)2017 종이조형전 (뮤지엄 SAN, 원주)마이애미 컨텍스트 (마이애미, 미국) 2015 퀼른 아트페어 (퀼른 메세홀1, 독일)서울국제조각페스타, (예술의전당, 서울)아트 칼스루헤 (메세 칼스루헤 , 독일)2014 KIAF 2014 (코엑스, 서울)스콥 바젤 (바젤, 스위스)2013 아트 카스루헤 (메세 칼스루헤 , 독일)스콥 뉴욕 (뉴욕, 미국)2012 스콥 마이애미(마이애미, 미국)슬렉션바젤 아트페어(바젤, 스위스)LA아트페어(로스엔젤레스, 미국)2011 스콥바젤 아트페어 (바젤, 스위스)시카고 아트페어 (시카고 , 미국)아트 칼스루헤 (메세 칼스루헤 , 독일)2010 마이애미 아트페어 (마이애미 , 미국)시카고 아트페어 (머천다이즈마트 , 시카고)LA 아트페어 (LA 컨벤션센터 , 로스엔젤레스) 작품소장국립현대미술관 / 예술의전당 / 청와대 / 터키대사관 / 신천지미술관 / 유타주립대학교(미국) / 갤러리아트빔 / 하남시청 / 명전대학교(대만) / 포시즌스호텔(서울, 뉴욕) / 르메르디앙서울호텔 / 제주롯데호텔/ 수원고지검청사 현) 수원대학교 미술대학 교수작가 홈페이지 : http://www.kimheekyung.com 1979 B.F.A in Sculpture, Ewha Woman's University1987 M.F.A in Sculpture, graduate of Woman's University Solo Exhibition2018 Gakerie Uhn (Konigstein, Frankfut)2017 Galleria Ponzetta (PIetrasanta, Tuscany)2017 Gallery Q (Ginza, Tokyo)2016 Galleria Ponzetta (PIetrasanta, Tuscany)2015 International sculpture Festa 2015, Seoul, Korea2014 International sculpture Festa 2014, Seoul, Korea International Exhibition2019 Paper Forms (Opera Gallery, Seoul)2018 Context Art Miami (NW29th Street, Miami )2017 Context Art Miami (NW29th Street, Miami )2016 SCOPE Miami (North Miami Avenue, Miami)2015 KOELN ART FAIR ( Koelnmesse Hall 1, Koeln )2015 ART Karlsluhe (Messe Karlsluhe, Karlsluhe ) 2014 Korea International Art Fair (Coex Hall A, Seoul)2014 SCOPE Basel (Scope Basel Pavilion, Basel) Public CollectionsNational Museum (Kwachun)Seoul Arts Center (Seoul)The Blue House (Seoul)Embassy of the Republic of Korea in Turkey (Turkey)Le Meridien Seoul Hotel (Seoul)Fourseasons Hotel (Seoul, New York)Waldorf Astria Hotel (Beijing) Present Professor at Dept of Sculpture, College of Art in University of Suwon Vice-president of Korea Sculptor’s Association 작가 홈페이지http://www.kimheekyung.com